창작소설

휴신을 만나서

하양녹 2018. 3. 24. 15:16

"슈란은 헤비아스 신을 모시는 신관이지? 회복 마법은 어디서 배웠어?"


"스승은 느달로이 신관님이셨어. 고아원에서 배웠지. 너는 내 힐에 관심이 많네? 되게 수상한 거 알아?"


"미안, 기분 나빴어? 그냥 궁금했을 뿐이야. 슈란이 다 대답해주니까 좀 신났었나 봐."



슈란은 대답하지 않았다. 겨우 일주일 전에 만난 사람이었다. 이 정도는 궁금해도 문제될 것은 없지만, 미묘하게 신경이 쓰였다. 기껏 몬스터에게 습격당한 상처를 치료해 주었더니 돈이 없다던지, 돈을 받고 헤어지려니 이런 저런 핑계를 붙여대며 일행처럼 따라다니기 시작한 것도 전부다 이상했다. 질문도 순전히 저런 식이다. 대답 못해줄 거야 없었지만 대답만 해주려니 슈란 자신이 손해보는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 그렇다고 슈란도 물어보자니 굳이 궁금한 것도 없고.

남자의 이름은 휴신이라고 했다. 요리사라면서 혼자 떨어져 있었던 점이나 처음 만났을 때에 동료가 있다고 해놓고선 동료를 찾을 기색도 없다는 점이나, 기분나쁠 수상한 점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휴신은 언제까지 나랑 같이 다니려는 거야? 정착 안해?"


"아직 정착하고 싶은 마을이 없어. 좀 더 돌아다녀 보려고. 게다가 혼자 다니면 심심하잖아. 슈란도 내가 있는 편이 좀 더 안전하지 않아?"


"위험한 길은 피하고 있고. 뭐, 정 안되면 용병과 계약하면 되는데."


"내 생명의 은인인데 고마워서 그래. 정 믿음이 안 가면 계약서라도 써줄까?"


"...그래줄래?"



휴신은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만큼 다쳤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슈란의 도움 없이도 수월하게 전투를 마쳤다. 되레 슈란이 보호받는 느낌도 들었다. 그게 더 의심이 가긴 했지만 깊게는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 날 왜 다쳤는지 캐묻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무보수로 계약한 전투 요리사, 정도의 인연은 나쁘지 않으니까 그렇게만 생각하기로 했다. 슈란과 휴신의 용병 계약은 휴신이 정착하길 원하는 마을이 올 때까지. 보수는 없음. 그외의 사항은 용병 계약 기초에 기반함. 신뢰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나누어 갖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나를 속이거나 나한테 사기를 치려는 것 같진 않은데 참 이상한 사람이야.'



한숨 돌린 슈란을 보고 휴신은 픽 웃었다. 저렇게 티가 나서야 어디 가서 사기 당하기 십상이겠어.


슈란의 옆에서 걸어가며 휴신은 생각에 잠겼다.



'느달로이, 느달로이라. 안되겠어.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 걸. 그래도 헤비아스의 신관들 중에서 이렇게 조용한 회복 마법은 처음 보는데. 치유력이 거의 없는 승려들의 회복 마법이 이렇다는 건 알지만 내 상처는 완벽히 회복됐으니까 그런 것도 아니고. 스승의 문제가 아니라 이 애의 회복 마법만 이런 걸수도 있어. 어떤 이유든 보스가 흥미를 가질 수도 있겠어. 승부를 위한 패를 쥐고 있는 건 중요하니까 임무가 없을 땐 이 애를 전담해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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