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찬양

우연과도 운명과도 같은 비투비와의 만남

하양녹 2023. 4. 16. 16:27

비투비가 곧 컴백이라 그런지, 콘서트와 팬미팅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투비에 대한 설렘이 생체리듬 마냥 돌아왔다. 덕분에 그간 들려줬던 음악을 총집합한 영상을 제법 길게 보고 있다. 언제 말해도 기분 좋은 그들에 대한 첫만남을 적어보려 한다.

 

놀랍게도 나는 비투비를 '비밀' 때 처음 만났다. 물론 그 당시에 팬이 되지는 못했다. 다만 어쩌다 한 번 보게 되는 아이돌 음악방송에서 노래가 특이하고 좋네, 싶어 곡 제목은 적어뒀었다.(당시 방송된 곡들 중에 딱 3곡 적었는데 그 중 하나였다.) 내가 그나마 들었던 아이돌은 동방신기와 원더걸스, 카라, 브아걸, 에이핑크, 비스트(큡의 될성부른 떡잎덕후) 정도였을까? (그 이전엔 유승준과 백지영과 왁스의 댄스곡들을 좋아했다.) 그러니까 아이돌을 좋아한다기 보다 아이돌 노래를 좋아하는 '머글'이었다.

 

비밀 이후로 들리는 음악에 잊혀져가던 비투비가 갑자기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건 정말 운명적인 사건이었다. 아마 그 당시에 학교2015로 [육성재]가 주가를 높이는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팬들이 가수들을 영업하기 위한 일명 '팬튜브'로 비투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시대에는 아이돌 그룹이라고 하면 "메인보컬 한 명 빼고는 노래는 못하지만 예쁜 애들"이라는 보편적인 편견들이 있었다. 우리 애들 노래 잘한다며 영업하는 여러 그룹들에서도 노래 측면에서 나를 설득하진 못했다. (개인적인 취향이 좀 확고한 편이다. 나는 기교 많은 것보다 담백 시원한 윤도현 창법이 취향이 새럼이다..) 그런 시장에서 [랩퍼까지 노래를 잘한다]는 문구가 상당히 궁금했었다. 그리고 '어? 진짜네?' 생각을 갖게 만들어준 게 [이민혁]이었다.

 

멤버들의 커버 노래가 제법 마음에 들었던 나는 [파트분배계의 공산주의]라는 유쾌한 제목으로 파고 들었다. 활동곡은 두고백이었던 것 같다. 이게 두 번 보면 알고리즘은 어쩔 수 없다. 비투비의 블랙박스로 또 흥미로운 제목을 찾아 파고 들었고, 거기서 덕통사고를 당했다. 그게 지금까지의 내 최애, [서은광]이다.

 

그 날 이후 비투비의 모든 노래를 다운 받아서 듣기 시작했다. 이게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서 펄쩍 뛰지 않고는 못 배길만큼 행복했다. 그 때 내가 제일 좋아했던 노래가 [넌 감동이야]였다. 지금까지의 노래들을 들어봐도 나는 비투비의 댄스곡을 정말 어마무시하게 사랑하는 것 같다.ㅋㅋㅋ 뛰빵부터 먼데이투선데이, WOW, 넌 감동, 사난몰, 울어도 돼... 그렇게 다음 발매되는 비투비의 댄스곡을 한껏 기다리고 있는 나에게 온 비투비의 첫번째 정규앨범.... [괜찮아요]....

 

그 때에 처음 아이돌 앨범을 구매했다. 받자마자 당황했다. CD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게 내가 아는 앨범이었는데, 뭐지 이 사진첩은...? 그 당시에 나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남멜로디가 비투비가 참여한 라디오로 사연을 보낸 적도 있었다. 비투비의 노래가 좋아서 난생 처음 아이돌 앨범을 샀는데 포토북 커다란 게 와서 당황했다고.ㅋㅋㅋㅋ

이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까불거리는 남자들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서 비투비의 '비글돌'이라는 타이틀 자체는 공감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장난을 잘 받아주는 모습 정도였기에 비투비가 좋았다. 일명 츳코미라고 하지, 딴지 거는 개그를 좋아하는데 비투비가 딱 내 입맛에 맞는 개그를 선호했다. 개그프로를 보면서도 그렇게 웃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딴지를 걸고, 그걸 유쾌하게 받아주는 멤버들은 뭐라고 할까, 나에게 목표를 부여했다. 비투비라는 그룹 자체가 내가 꿈꾸는 공동체의 롤모델인 셈이다. 그리고 그 그룹을 만드는 데에 가장 큰 기반 노릇을 해준 게 은광이었기 때문에 나는 은광을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은 괜찮아요도 좋고, 사실 이 앨범에서 썸머 로맨스와 꽃보다 그녀, complete, 어기여차 디여차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구매 만족도는 충분하지만... 기대한 부분이 있었기에 실망한 부분도... 있긴 했다. 그 땐 앨범을 처음 샀을 때라 정규 앨범과 미니 앨범과 싱글 앨범도 구분할 줄 몰랐다. 그냥 모든 아이돌 앨범은 곡이 그 정도 들어있나 했을 뿐... 무지한 머글... 앨범 사본 거라곤 교회 수련회에서 팔던 ccm 밖에 없었으니 당연했다.. 나는 테이프 세대인걸...

특히 어기여차 디여차는 1년 넘게 내 모닝콜이었다. 내가 얼마나 댄스곡을 사랑하는지 이제 아실 테지.... 그런 사람에게 갑자기 발라드돌 비투비라뇨...?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나 혼자서 비투비와 내외하는 기분으로ㅋㅋㅋ 타이틀곡보다 댄스곡을 열심히 들었다...

 

그 이후 비투비를 7년 넘게 (그 중 1년 정도는 덕질 정체기이기도 했다.) 쭉 좋아하면서 [내가 가장 기록하고 싶은 형태의 행복]을 느끼는 매개체가 아이돌이라는 점이 항상 나를 신기하게 했다. 그리고 비투비가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행복을 준 그룹이었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 감동을 되새기게 해준다는 점이 참 운명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혈연이 아닌 사람에게 느끼는 사랑이라는 게 이런 감정이구나 깨달았다. 여전히 내 이상형은 서은광이다. 여느 다른 그룹들을 좋아해도 '배우자 삼고 싶은 의미의 이상형'이라고 하면 나는 서은광만 떠오른다. 지금은 가족 같은 의미로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이런 사람이랑 살아야지, 하는 기준이 된다.ㅋㅋㅋㅋ

 

내 인생에서 참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그룹, 앞으로도 우리가 채워나갈 이야기가 참 궁금하고 설레게 한다.

 

 

 

 

아래는 전 멤버 언급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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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투비의 무대 모음집을 쭉 보는데 참 놀랍다. 정일훈의 랩은 언제나 최고였구나 싶다. 전혀 관심 없던 랩에 빠져 들게 만든 매력이 그에게 있었다. 비밀 때부터 사난몰, 뛰빵, 두고백, 스릴러, 울어도 돼, 울면 안돼, 괜찮아요, 봄날의기억, 무비, 언젠가, 너없인 안된다, 아름답고도 아프구나 까지... 참 정일훈의 랩에 충격 받고 가슴 떨렸던 그 모든 추억들.

아쉽게도 나는 아름답고도 아프구나 까지의 정일훈의 랩이 들어간 모든 곡을 핸드폰에서 지웠다. 일훈의 목소리가 듣기 힘들었다. 상처가 자꾸 생채기 나는 느낌이 싫었다. 다행히도 멤버들의 목소리로 듣는 건 괜찮은데, 일훈의 목소리는 아직도 듣기가 무섭다. 가장 두려운 곡은 일훈의 솔로곡 팬시슈즈. 딱 봄기 이후였던가. 일훈의 음악이 바뀌었다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작풍이 바뀌었구나 하며 몇몇 멜로디들끼리 아쉬워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냥 그 이전부터 고민이 많구나 싶은 면모가 있긴 했는데 그렇게까지 좌절한 줄은 몰랐지. 일훈의 가삿말 자체가 공감가는 아픔이 있어서 더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냥 힘들다. 나는 갈등이 생기면 피하고 숨는 사람이다. 일훈도 나도 한 번 서로를 피하고 나니까 이제 마주하기가 두렵다. 그 부분만을 도려내고 싶다가도 좋았던 면모들을 떠올리면 가엾고 슬프고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 나중에라도 혹시 다시 비투비의 틀 안에서 그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다. 나는 그냥 쭉 모를 테니, 그래, 어디서든 내가 모르는 곳에서 후회도 하고 사랑도 받고 그렇게. 아직도 사랑하는 마음 반, 저주하는 마음 반이라서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