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말 76

분홍빛 꽃잎이 나렸습니다

바람도 없는데 그저 팔랑팔랑 공기에 몸을 맡깁니다 검은색 리본은 하늘을 망사에 담아 냅니다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을까요 바다가 눈까지 들어찹니다 비는 내리지 않는데 땅은 여전히 젖어 있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요 하늘과 바람과 바다와 꽃과 나무와 그 모든 아름다운 것을 동경해서 아름다운 것만 동경해서 나는 나를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잡다한 말 2023.02.11

우울증에서 회복되기까지

음. 이제야 완벽히 회복되었다. 아직 우울감에 대한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오지만, 에너지도 생겼고 취미활동도 재개했고 이제 사람과 만나고 싶어졌다. 9월부터였으니 회복하기까지 4개월 정도가 걸렸다. 이렇게 기간을 숫자로 표현하니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존재가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존재하는 게 내가 사라지는 것보다 가치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멈추지 못했던 것 같다.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가장 효과를 본 것은 정신건강의학과였다. 우선 나의 말을 뱉는 공간이 주어진다는 점, 형체가 있는 약을 섭취하며 희망을 갖는다는 점,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접수과에서 선생님께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하는 한 마디를 던졌던 그 손님, 약도 약이었지만 그 ..

잡다한 말 2023.01.23

내년에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

0. 저번주에 눈길에서 미끄러졌다. 차가 가드레일을 부수고 도랑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10m도 되지 않는 도랑이었다. 렉카는 불렀지만 눈도 많이 오고 사고도 많았던 날이라 한 시간 동안 차에 갇혀 있었다. 몰랐는데 내가 사고나기 불과 하루 전에 같은 자리에서 레미콘 차가 똑같이 미끄러져서 운전자는 즉사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가드레일을 내가 부순건 아닌 것 같다. 충격의 정도가 달라. 그때는 부서진 모습을 보고 내가 했구나 생각했는데 레미콘차가 들이받았다고 하니까 그 차가 먼저 뚫은 것 같다....) 렉카가 와서도 차를 들어올리는 장치를 부르기 위해 또 한 시간을 기다렸다. 눈길 사고가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책을 하느라 마음이 좀 힘들었다. 첫 번째는 사고, 두 번째는 부주의라고... 그렇게 꺽꺽 ..

잡다한 말 2022.12.26

에너지 고갈

주말에 서울에 다녀왔는데 친척들 만나는 자리라서 무리하게 에너지를 썼더니 방전되어서 3일간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월요일은 운전하며 많이 울었다. 화요일은 가족들이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싫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우울증 약을 먹었다. 역시 먹었다 안 먹었다 하는 게 문제일까? 약에 의존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한 걸까? 아니면 내가 우울증이라는 상태를 기분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시편을 좀 읽고 싶어진다. 예전에 조금 우울했을 때 시편을 읽고 편안해진 기억이 있다. 야고보서가 나을까, 시편이 나을까? 시편을 한 번 읽어야겠다.

잡다한 말 2022.12.14

우울증 그리고 코로나, 정신건강의학과 경험담

우울증 진단을 받은 건 지난주 토요일. 11월 19일. 카페에 있었을 때 받은 상처가 밑바닥부터 차고 올라왔고 이대론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혼자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예약했다. 전화로 예약 시간을 잡으려는데 "어떻게 불편하신가요?" 한 마디에 울컥해선 추임새로 얼버무렸다. 전화상담 선생도 눈치껏 얼버무려 주었다만 아 내가 상태가 정말 안 좋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토요일은 확실히 상태가 안 좋았다. 내 상황과 느낌에 대해 최대한 담담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줄곧 울었고, 휴지조차 내밀지 않는 선생이 어쩐지 조금 편했다. 가볍게 자가진단서를 작성했고, 주관적인 작성지이긴 하지만 우울한 상태라고 진단 받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작성한 차트만으로 우울증 확진이라니 좀 너무 쉬운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약한 항불..

잡다한 말 2022.12.12

길치인 나와 나홀로 여행

나는 나홀로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데 제일 아쉬운 건 목적지에 너무 일찍 도착했을 때의 대기 시간과 길치인 나의 콜라보... 정류장을 한 두개 정도 지나치거나 먼저 내리는 건 일상이다. 내가 얼마나 길치냐면 지도와 카카오맵을 켜고 걸어도 반대로 가고 있다. 타야할 정류장은 반드시 정류장번호를 확인해야 한다. 내릴 정류장을 지나쳐서 충무로역에서 지하철을 다시 타야하는데 내비게이션이 시킨대로 걸었(다고 생각했)더니 명동역이 나온다던지... 그래서 열심히 걸어다니기야 하지만.. 불안감 때문에 보통 한두시간 정도 일찍 출발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시간에 거의 맞게 도착하는 게 문제다.) 지금도 7시 반 뮤지컬을 보기 위해 3시 20분쯤 출발을 했고 4시 30분이 지났는데도 아직 동대문역이다... 출발지가 어디냐면..

잡다한 말 2022.09.03

세 얼간이를 보고 나서

넷플릭스에서 오랜만에 세 얼간이를 봤다. 옛날에 대학생 때 봤던 영화였는데 또 보니 그때 추억이 난다. 영화에 대해서 하고 싶은 감상도 많지만 우선은 민혁이의 팬싸 날 대화가 떠올랐다. 그 날 나는 취업한 게 기뻐서 민혁이에게 부족한 설명으로 취업하게 되어 지금 당장은 일을 쉬고 있다고 알렸다. 민혁이는 아마도 기뻐보이는 내 모습에 거들어 주고 싶어서 전부터 원하는 일이었냐고 물었고, 뼛속까지 S(감각형) 인간인 나는 그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며 대화가 망했다.ㅋㅋㅋ 응... 어릴때부터 내가 원해왔던 일은 아니었단 말이지. 따지고 보면 나는 직업적으로 꿈이랄 게 없는 사람이다. 어떤 일에서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일 뿐이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행복을 찾아가는 내 모습에 나는 아주 만족하고 있다. 내 ..

잡다한 말 2022.08.18

아이돌을 대하는 나의 자세는 뭘까

지금까지 써왔던 글들을 쭉 읽으면서 이런 내용도 정리하고 싶어졌다. 빅톤의 수빈까지는 아주 찰나였어도 이런 사람과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SF9의 다원부터는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고 최애와는 좀 더 친구로서의 위치를 바라게 된 것 같다. 은광이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종류의 감정은 더 이상 아닌 것 같다. 배우자로서의 이상형은 서은광이나 최효정이 가장 가깝긴 하다. 나는 강승식 같은 사람도 좋아하는데 왜 유독 승식이와는 내적 친밀감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을까 싶었다. 최근에 MBTI 연구 결과에서 그 답을 얻었다. 승식이도 ISFP인데 ISFP끼리는 서로 맞춰주는 걸 좋아해서 상대가 나에 대해 맞춰주려고만 하면 (불편해서) 깊은 사이로 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확실히 나는..

잡다한 말 2022.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