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말

오늘의 나의 생각 이모저모

하양녹 2023. 7. 23. 22:37

휴일이다. 최근 변화된 것이 많다. 우울증은 사실 완전히 극복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문득 문득 그 애가 내게 했던 말을 생각하면 참 아프다. 넌 우울증이 아니야라고 했다. 나는 참 그 애에게 동질감을 많이 느꼈었나 보다. 참 그 애가 했던 말을 떠올릴 때마다 울컥할 때가 많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 그 애는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그 사람들이 자신을 정말 위해주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글쎄. 그게 가족이라는 틀 보다 강한 것일까? 나는 네가 죽고 못 사는 그 사람들 보다 너의 어머님이 훨씬 너를 사랑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저 네가 첫 자식이고 워낙 엘리트이신 분이라 좀 방법이 너와 안 맞았을지는 몰라도. 네가 너의 어머니를 거부하는 그 이유 자체를 나는 납득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애가 우울증이라는 말에 반박하지는 않았다. 모두에게 그 척도는 주관적이니까. 너의 아픔을 나는 완벽히 공감할 수 없을 테고, 그래서 손쉽게 그래 그래 하며 공감해주기가 무서웠던 탓이다. 그 애와의 관계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는 바는 없다. 너는 진심으로 나를 밀어냈고, 나는 너에게 고마워할 것은 고마워했고, 화가 났던 것은 화를 냈다. 너와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다는 것도 내 진심이다. 사실 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약한 것 뿐이고 실상은 좀 차갑고 냉소적인 사람에 가깝다. 네가 울며 불며 외로움에 내게 기댄다면 뭐, 좀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만. 그럴 일은 없겠지. 내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면, 그래서는 안되겠지. 대신 네가 괴로워하는 모습은 보고 싶다. 그 잘난 소모성 지인들, 잘 끌어 안고 있다가 호되게 당해서 우는 네가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꼭 볼 수 있을 거라 자신감까지 있다.ㅎ

 

 

우울증은 실존하는가에 대한 정신의학과 전문가의 영상을 봤다. 나는 경험자라 절대적으로 공감하지만, 좀 내가 생각했던 내용보다 딥했다. 그래서 그 때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다. 지나고 나니 한 때인데, 그 때 기억이 나나요? 라고 하면 나의 우는 모습 밖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떤 감정이었는지가 좀 무뎌진다. 잊고 싶어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해. 끔찍한 무기력감이었고, 그 애에게 상처를 받은 기억이 워낙이나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그래서 나의 우울증에 대한 기억은 그애에 대한 분노가 대부분이다.

참 어린애한테 너무 열내는 것 아니냐 싶기도 한데. 시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좋아 보인다는 얘기에 상처를 받던 시점.

 

 

최근 세븐틴 영상을 정말 열심히 봤다. 사실 개그나 분위기 자체는 내게 퍽 맞지는 않다. 출장 십오야를 통해 세븐틴 영상을 다시 접하기는 했지만, 그 때에는 디노에게 꽂히지 않았는데. 세븐틴 영상을 좀 보고 나니 어쩌다 디노가 정말 좋아져서 다양하게 찾아보며 디노 앓이 겸 세븐틴에 호감을 갖는 중이다. 제법 찾아봐서 디노 영상은 다 섭렵하고 다른 형들 것을 보기 시작하는데... 여전히 디노가 참 좋으면서 승관이를 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도겸과 디노를 참 좋아하는데, 승관을 보면 마음이 저릿하다고 하나? 내가 우울증이었을 때 느꼈던 다양한 감정이 이따금 승관의 표정을 볼 때마다 벼락 맞은 것처럼 스쳐 지나간다. 완전히 감정이입할 정도는 아니어도 내가 느끼기로 승관이 좀 우울해 보인다 싶으면 움찔 움찔 하는거다. 이 때 힘들었나, 하고 점점 불안감이 생긴다. 안쓰러워서 토닥여주고 싶다, 그런 감정. 뭐 내가 승관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그렇게 느낀다는 거니까. 나와 동일시하게 되는 뭐 그런 자기 연민이겠지.

 

 

나는 아이돌을 다양하게 좋아하면서도 입덕부정기의 벽이 크게 있는데, 그게 약간 비투비다. 내가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던 아이돌이고, 누구를 좋아해도 비투비보다 좋아해선 안돼, 하는 감정이 좀 있다. 이걸로 가장 크게 손해를 봤던 그룹이 오마이걸이었고ㅎㅎㅎ... 비투비는 뭐랄까, 처음이라 강렬하고 오래되어 애틋하다. 약간 다른 그룹에 애정을 가득 주고 오더라도 비투비를 다시 만나면 뭐라고 하나, 가족에게 느끼는 편안한 애정이 다시 생긴다. 아, 이래서 얘네를 좋아하지. 하는 따뜻하게 차오르는 사랑이 있다. 모든 그룹은 그룹마다의 큰 장점이 있어서 비교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긴 하지만, 내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앓던 모든 그룹과 비투비에 대한 애정은 확실히 그 결이 다르다. 다른 그룹은 정말 가슴이 두근 반 세근 반 뛰는 약간 연애감정 같은 게 기반이라면, 비투비는 더 원초적인 안정감에서 비롯된 애정이다. 일시적이고 폭발적인 감정과 지속적이고 기복 없는 감정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입덕부정기가 가장 길었던 오마이걸에 대한 애정은, 덕질이라는 감정에 조금 더 가깝다. 최근 인터뷰에서 초창기 같은 느낌을 계속 가져가는 그룹이고 싶다고 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처음의 그 감동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있다. 다른 그룹들은 뭐랄까, 내가 여태껏 봤던 이미지와 현재의 이미지가 달라진 경우도 있다. 아이돌도 나이를 먹어가고, 그만큼 성숙해진 모습을 우리에게 선사해준다. 물론 좋은 변화이지만 성숙해진다는 말은 삶에 대한 두려움을 알아간다는 이야기다. 나이가 들어서까지 철 없는 모습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철 없는 것과 삶의 활력에 가까운 장난은 좀 별개로 봐야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내가 아이돌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도 그 활력에 있는데, 오마이걸이 그 활력을 정말 길게 가지고 있는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때로 성숙하다는 말을 어른스럽고 점잖고 얌전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것이 '스스로에 대해 잘 알며 타인과 나를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안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빅톤과 셒구에 대해서도 좀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빅톤은... 이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승우도 솔로 활동을 하고, 병찬이와 수빈이도 배우로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승식이와 세준이도 군생활에 접어들었고... 한세는 아직 특별히 눈에 띄는 행보는 없는 모양이다. 사실 이렇게까지 공중분해될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아서 아직 뒤숭숭하다. 개인적으로 찬이도 보고 싶고... 찬이에 대해 그렇게까지 악감정은 없다. 누구 씨에 비해 나는 좀 찬이가 가엾기까지 하다. 나는 반성하는 자세도 나쁘지 않았다고 보는데... 뭐 그 이유에 찬이라면 정말 다시는 대중에 나서지 않을 정도로 본인 탓을 심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도 좀 있고... 그런 면에서 안타까운 거다. 걔가 정말로 반성할 애라서. 조금만 더 신중했다면 좋았겠지만, 그만큼 자책도 많이할 친구고 아이돌에 꿈도 워낙 길게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고통 받을 그 친구가 새로운 도전으로 치유받았으면 좋겠다. 나도 더 이상 이 친구에 관해 이야기할 일은 없겠다. 그냥 나는 용서했다고 알려주고 싶다. 괜찮아.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은 음.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물론 있다. 참 착한 친구들이었다. 아이돌들이 으레 그렇다. 참 순진하고, 아이 같고, 성실하고... 좋은 성적을 내준다면 나도 기쁘게 축하해줄 것 같다. 그렇지만 어떻게 응원해야 할까 생각해보면 어렵다. 빅톤은 원래가 타국에서 더 인기가 있는 편이라서... 해외 활동이 좀 더 많은 것 같고... 병찬이는 그래도 벌써 활발하게 홍보중인 거 보니 나름 자주 얼굴 비출 것 같던데. 좀 빅톤이라는 공동체에서 독립한 존재들을 개별적으로 사랑하는 방식이 나는 어려운 것 같다. 솔로나 배우나 악개(?)의 덕질을 하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이 그룹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나는 좀 남다른 편이다. 그 틀이 희미해지면 그게 개인으로 비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개체처럼 낯설게 느껴진다. 비투비나 오마이걸이나 솔로 활동을 하더라도 그 안에서 그룹이라는 공동 의식을 놓지 않고 가져가서 내게 그 의미가 더 낯선 것 같다. 빅톤 전 멤버들에 대해서도 그래서 더 낯설다. 빅톤을 제외하고 새롭게 정의가 되질 않아서. 이 개인 개인의 매력에 집중하기에 나는 너무 많은 아이돌을 사랑하기 때문인가 보다.

셒구도 군백기 단체 활동 소극기에 접어 들었다. 참 재미있는 게 셒구는 워낙에 멤버가 많기도 했고... 여기는 특이하게 그룹보다 개별 멤버들이 도드라지는ㅋㅋㅋ 예전에 제국의 아이들 같은 느낌이라서... 특별히 어색함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대신 멤버들의 성격이나 케미에 변화가 생겨서 그것 때문에 아직 적응중이다. 뭐, 늦덕의 최대 단점이 그거다. 늦덕의 경우 아주 예전 영상과 현재에 괴리감에 쉽게 캐릭터 매치를 하지 못한다. 더구나 늦덕이면서 입덕 영상이 예전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셒구가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나는 예전 다원을 최애로 두고 있는 사람이고, 다로주 애매즈를 가장 좋아했다. 아직ㅋㅋ 낯가리는 중이다. 멤버들은 좋은 의미로 어른이 되었지만, 뭔가 내가 한참 빠져 있었던 그 분위기와는 좀 차이가 있다. 가장 괴리감이 적은 주호나 영빈이를 좀 더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  상혁이는 현재 좀 배우는 중이다. 음 이런 점이 변했구나, 하고... 아 이제 이런 데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네, 하는 각인점이 필요한 시점. 무엇보다 좋은 점은 상혁이의 음악적인 욕심, 사랑받고 싶은 욕심을 더 엿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각인점이라는 건 아이돌에게 필요한 게 아니다. 팬으로서 나에게 필요하다. 내가 이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주고 싶다는 그 정의가 지금 나와 셒구 관계에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아직도 포카를 모으는 게 행복하지만 어떻게 반응해줘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곧 감이 잡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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