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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순간이 오면

내 머릿결을 쓰다듬어 주겠지. 그건 나의 가족일 거야. 나에게 꽃을 가져다 주겠지. 그건 나의 친구일 거고. 나에게서 감사장을 받을 거야. 그건 나의 아이돌이겠지. 점점 감정의 평균치가 내려가고 있다. 즐거운 시간이 짧아지고. 그래도 전보다 울진 않지. 많이 지쳤거든.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내가 힘들게 한 사람들이겠지. 슬퍼하는 사람 보단 기뻐하는 사람이 많을지도 몰라. 슬퍼하는 사람들의 감정이 내 생각보다 짧을지도 몰라. 내가 살아있는 걸로도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니 참 슬픈 일이야.

잡다한 말 2023.02.17

편하게 살고 싶어

사람들은 대체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시간이 너무나 빠르고 나를 둘러싼 아공간은 너무 느리다 사람들은 비장애 상태인데도 그들을 따라오지 못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들에게 배척당하며 배려당하며 피해를 주며 매번 송구함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해 몇 번을 되묻고 울고 싶다가 짖고 싶다가 지쳐 눈 감고 눈 뜨면 또 기계적으로 일어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할 수 있는 일이 남들보다 월등히 적은 나는 또 내 일을 대신 해주는 남에게 어찌할 도리 없는 부채감에 휩싸인다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일하는 걸까 나는 사람이 아닌 걸까 나도 뭔가 할 줄 아는 사람이고 싶어 인정 받고 싶다 누군가 나와 일하는 걸 즐거워했으면 좋겠는데 힘들어 힘들다고

잡다한 말 2023.02.12

분홍빛 꽃잎이 나렸습니다

바람도 없는데 그저 팔랑팔랑 공기에 몸을 맡깁니다 검은색 리본은 하늘을 망사에 담아 냅니다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을까요 바다가 눈까지 들어찹니다 비는 내리지 않는데 땅은 여전히 젖어 있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요 하늘과 바람과 바다와 꽃과 나무와 그 모든 아름다운 것을 동경해서 아름다운 것만 동경해서 나는 나를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잡다한 말 2023.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