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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꽃잎이 나렸습니다

바람도 없는데 그저 팔랑팔랑 공기에 몸을 맡깁니다 검은색 리본은 하늘을 망사에 담아 냅니다 내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을까요 바다가 눈까지 들어찹니다 비는 내리지 않는데 땅은 여전히 젖어 있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요 하늘과 바람과 바다와 꽃과 나무와 그 모든 아름다운 것을 동경해서 아름다운 것만 동경해서 나는 나를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잡다한 말 2023.02.11

우울증에서 회복되기까지

음. 이제야 완벽히 회복되었다. 아직 우울감에 대한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오지만, 에너지도 생겼고 취미활동도 재개했고 이제 사람과 만나고 싶어졌다. 9월부터였으니 회복하기까지 4개월 정도가 걸렸다. 이렇게 기간을 숫자로 표현하니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의 존재가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존재하는 게 내가 사라지는 것보다 가치가 있을까? 하는 고민을 멈추지 못했던 것 같다.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가장 효과를 본 것은 정신건강의학과였다. 우선 나의 말을 뱉는 공간이 주어진다는 점, 형체가 있는 약을 섭취하며 희망을 갖는다는 점,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접수과에서 선생님께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하는 한 마디를 던졌던 그 손님, 약도 약이었지만 그 ..

잡다한 말 2023.01.23

내년에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

0. 저번주에 눈길에서 미끄러졌다. 차가 가드레일을 부수고 도랑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10m도 되지 않는 도랑이었다. 렉카는 불렀지만 눈도 많이 오고 사고도 많았던 날이라 한 시간 동안 차에 갇혀 있었다. 몰랐는데 내가 사고나기 불과 하루 전에 같은 자리에서 레미콘 차가 똑같이 미끄러져서 운전자는 즉사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가드레일을 내가 부순건 아닌 것 같다. 충격의 정도가 달라. 그때는 부서진 모습을 보고 내가 했구나 생각했는데 레미콘차가 들이받았다고 하니까 그 차가 먼저 뚫은 것 같다....) 렉카가 와서도 차를 들어올리는 장치를 부르기 위해 또 한 시간을 기다렸다. 눈길 사고가 처음이 아니었기 때문에 자책을 하느라 마음이 좀 힘들었다. 첫 번째는 사고, 두 번째는 부주의라고... 그렇게 꺽꺽 ..

잡다한 말 2022.12.26

오늘의 잡담

갤럭시 기능 배우는 영상이 알고리즘에 떴는데 누끼 따는 게 너무 신기해서 연습용으로 아린이 사진을 사용했다. 내건 구형이라 테두리 설정 기능이 없어서 아쉽다. 서울로 가고 있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개인 2회차 관람을 위해. 버스 안에서 나무 그림도 그렸다. 이전 여행 때는 만날 사람도 너무 많고 원래의 내 모습 보다 잘 보이고 싶은 사람도 많아서 에너지가 고갈되었었다. 오늘 여행은 온전히 나홀로 여행이다. 벌써 신나서 덕질 카톡방에 자랑했다. 역시 덕질방은 남의 덕질엔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다. 대답도 않는다. 그래도 기분이 좋아서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다. 뉴스로 눈길 사고가 잇달아 나온다. 걱정도 된다. 집사 카페 영상을 봤더니 예전에 누가 선비 카페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상상해보니 너무 ..

카테고리 없음 2022.12.17

카카오 이모티콘 11주년 기념 이벤트 참여

http://pf.kakao.com/_IcxhSz/97762299 카카오 이모티콘 11주년 기념 이벤트 카카오 이모티콘이 11주년을 맞았다. 나도 작년에 무료 이벤트를 기회로 이모티콘 플러스 이용자가 되었다. 내가 워낙 같은 종류의 스티커를 질려하기도 하고 스티커 사용빈도도 낮지 않았기 때문에 이모티콘 플러스 서비스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이모티콘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가 말주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간단히 그림과 그림에 포함된 메세지만으로 대화의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어서 좋아한다. 이번 이벤트는 나만의 행운부적을 뽑아 게시글로 올리고 댓글에 게시글 주소를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1만명에게 이모티콘 플러스 1개월 이용권을 준다. 밑져야 본전이니 참여해보기로 했다. 제법 나..

정리된 말 2022.12.15

에너지 고갈

주말에 서울에 다녀왔는데 친척들 만나는 자리라서 무리하게 에너지를 썼더니 방전되어서 3일간 컨디션이 엉망이었다. 월요일은 운전하며 많이 울었다. 화요일은 가족들이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싫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우울증 약을 먹었다. 역시 먹었다 안 먹었다 하는 게 문제일까? 약에 의존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생각한 걸까? 아니면 내가 우울증이라는 상태를 기분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시편을 좀 읽고 싶어진다. 예전에 조금 우울했을 때 시편을 읽고 편안해진 기억이 있다. 야고보서가 나을까, 시편이 나을까? 시편을 한 번 읽어야겠다.

잡다한 말 2022.12.14

우울증 그리고 코로나, 정신건강의학과 경험담

우울증 진단을 받은 건 지난주 토요일. 11월 19일. 카페에 있었을 때 받은 상처가 밑바닥부터 차고 올라왔고 이대론 위험하다는 판단하에 혼자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예약했다. 전화로 예약 시간을 잡으려는데 "어떻게 불편하신가요?" 한 마디에 울컥해선 추임새로 얼버무렸다. 전화상담 선생도 눈치껏 얼버무려 주었다만 아 내가 상태가 정말 안 좋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토요일은 확실히 상태가 안 좋았다. 내 상황과 느낌에 대해 최대한 담담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줄곧 울었고, 휴지조차 내밀지 않는 선생이 어쩐지 조금 편했다. 가볍게 자가진단서를 작성했고, 주관적인 작성지이긴 하지만 우울한 상태라고 진단 받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작성한 차트만으로 우울증 확진이라니 좀 너무 쉬운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약한 항불..

잡다한 말 2022.12.12

여덟의 나이가 되기 이전까지

1. 내가 다닌 어린이집은 빈 도시락통을 가져가면 점심시간에 그 통을 식판 삼아 밥을 나눠줬다. 나는 아직도 그 선생이 왜 그리 신경질적이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나는 어른과 아이의 경계가 모호하고 예절에 관한 교육이 미흡한 어린이였다. 부모님이 둘 다 일로 바쁘셔서 나에게 그런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줄 어른이 없었다. 당시 다섯살쯤인 내가 밥통에서 밥을 꺼내주던 선생에게 한 손으로 도시락통을 건넨 게 그 선생의 자존심을 건드린 모양이다. "내가 니 친구야?"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갑자기 친구냐고 물어서... 어른에게 뭔가를 내밀 땐 두 손을 쓰라는 말을 그렇게 돌려서 싸우자는 말투로 말하다니... 그게 지금까지 기억에 또렷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내가 어른에게 받은 제일 큰 상처였다. 나는 나..

소설소재잡담 2022.11.12

내 어린시절 우연히 들었던 믿지 못할 한 마디

요즘 부쩍 아무 이유 없이 우는 일이 많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흩뿌려지는 것을 가만히 듣다 보면 문득 스스로 수필이라도 쓰고 싶어진다. 이걸 뭐라더라. 전기? ㅎㅎ 나는 태어나기를 좀 허약하게 태어났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깨끗한 이불에서 일어나는 게 좀 힘들었다. 자다가 토를 해서 깨어난 적이 잦았다. 소화기관은 지금도 약해서 트름이나 방귀 냄새가 독하기도 하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학교가기 전에 항상 내 이불을 빨아주셨다. 엄마에게 나는 좀 특별한 딸이었다. 남아선호사상으로 나의 친가쪽에 서운해진 엄마는 언니와 달리 친가에 나를 보내지 않고 쭉 키우셨다. 나는 선천적으로 매우 조용한 아이였고, 옆집에서 아기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 아이가 없는 줄 알았다고 할 정도로 말썽 없는 갓난쟁이..

소설소재잡담 2022.10.24